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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폐한 집 3 (커버이미지)
    [문학]황폐한 집 3
    • 찰스 디킨스 (지은이), 김옥수 (옮긴이)
    • 비꽃
    • 2021-03-03

    유산 분쟁이 일면 대법원에서 유산을 묶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누구도 손댈 수 없었다. 법관과 서기와 변호사 등, 재판에 관여하는 모든 인력은 그 유산이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유산이 많으면 재판을 최대한 오래 끄는 식으로 돈벌이에 몰두하니, 재판은 수십 년간 계속되고, 소송 당사자는 막대한 유산이라는 신기루에 시달리다 정신병에 걸려서 자살하거나 병들어 죽어가기 일쑤였다. 모든 게 기만이고 사기고 거짓이었다. 기득권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권력은 그렇게 확대되고, 사회는 그렇게 병들었다. “거리마다 진창이고, 굴뚝 구멍마다 검댕이 눈송이처럼 떨어지고, 새까맣게 뿌리는 이슬비는 태양이 죽은 걸 애도한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짜증 난 얼굴로 우산을 밀치고, 거리 모퉁이마다 발 디딜 곳은 사라져, 날이 밝은 다음에도(날이 밝은 적이 있다면) 수만 명이 미끄러지고 넘어진다. 사방이 안개다. 도시 쓰레기로 매캐한 안개가 흐른다. 안개는 해군병원에 입원한 노병의 눈과 목구멍으로 흘러들어 병실마다 숨을 헐떡인다. 가스등 불빛은 거리마다 안개에 잠기니, 뿌연 하늘에 떠오른 태양 같다.”- 본문에서찰스 디킨스 개요찰스 디킨스는 캐릭터 묘사가 극히 뛰어나며 풍자가 대단하고 문장이 화려하나, 지금까지 한국에서 번역물로 제대로 소개했다고 볼 수 없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크리스마스 캐럴》,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데이비드 코퍼필드》, 《어려운 시절》, 《골동품 상점》, 《황폐한 집》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킨스 문학의 별미를 이미지만 소개하거나 난수표로 소개한 수준이라서 독자들이 디킨스 문학을 맛보기엔 부족했다.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한 소설가다. 이백 년도 넘은 1812년 2월 7일,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일 때에 영국 남부 포츠머스 외곽에서 팔 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나 장남으로 살아간다. 형제 두 명이 어려서 죽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저택에서 집사로 일하고 할머니는 하녀장으로 일했는데, 찰스 디킨스는 할머니가 “즉석에서 이야기를 지어내 모두를 즐겁게 하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기억한다. 아버지는 해군 경리국 하급관리로 사교적이고 유머가 풍부하나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어머니는 선량하고 밝은 성격이나 자녀에게 무정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어려서 계속 이사 다녔다. 외할아버지 역시 해군 경리국에서 일했으나, 자금을 횡령하고 외국으로 도망쳤다. 디킨스가 다섯 살 때 아버지는 전근명령을 받아 온 가족이 채텀으로 이사해서 5년을 사는데, 도시 남쪽으로는 밀밭이 풍요롭고 북쪽으로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습지대가 황량하고, 서쪽 2㎞ 거리에는 조용한 대성당도시 로체스터가 있어, 채텀은 어린 디킨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나중에 다양한 작품에 등장한다. 디킨스에게는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어머니를 통해서 지식욕과 독서욕에 처음 눈떴다. 어머니는 매일 규칙적으로 오랫동안 공부를 가르쳤다.” 집에는 유모가 있어, 살인마 대위가 아내를 여럿 죽여서 파이로 만들었다든가 무서운 고양이가 밤마다 눈을 번뜩이면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어린애를 먹어치운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악마처럼 즐거워”하니, 어린 디킨스는 다양한 악몽과 공포에 시달렸다. 나중에 디킨스 자신이 “우리가 어른이 된 다음에도 황당한 공포에 가끔 빠져드는 건 어린 시절에 유모 같은 사람이 무섭게 만들어낸 이야기가 마음속에 깊숙이 틀어박혔기 때문”이라고 정의할 정도였다. 이 시절에 디킨스는 흉내를 잘 내, 유모 앞에서 즉흥 연기도 하고 누나가 연주하는 피아노 가락에 맞춰서 노래도 하니, 아버지는 장녀와 장남을 채텀에서 유명한 여인숙으로 데려가 이중창을 부르게 해서 박수갈채와 함께 다양한 음식을 얻어먹었다. 이 무렵에 굴을 처음 먹고서 어린 디킨스는 “마음이 지극히 설렜다.” 2㎞ 떨어진 로체스터 로열 극장에 가서 다양한 연극도 관람해, 30년이 지난 다음에 디킨스는 “멋진 소극장에 처음 들어선 황홀한 느낌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면서 말한다. 녹색 장막이 뚫린 구멍에서 눈빛 하나가 반짝이며 우리를 쳐다본다……. 파란 옷차림에 머리를 뒤로 길게 늘어뜨린 여주인공이 빛을 내뿜자, 모두 무서워서 마른침을 꿀꺽 삼키다 환호한다……. 코미디언이 빨간 가발을 쓰고 지하감옥에 갇혀서 재미있게 노래하는데, 나는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사람을 처음 봤다……. 녹색 장막이 내려올 때는 등잔 기름 냄새와 오렌지 껍질 냄새가 향긋했다. 어린 디킨스는 아버지를 따라 해군 공창에 가서 노동자가 일하는 모습도 신나게 구경한다. 톱밥과 뱃밥과 돛 냄새가 진동하는 곳에서 노동자들이 불러대는 노래도 듣고, 죄수들이 묵묵히 끌려가는 장면도 목격하니, 이런 장면은 《위대한 유산》에 실감 나게 등장하고, 아버지랑 주변 시골을 산책하던 경험은 《위대한 유산》에서 매형과 산책하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얼마 뒤에는 염색가게 위층에 있는 학원에 다니면서 “무시무시한 노부인이 회초리로 지배하는 세상”을 체험하니, 디킨스는 《위대한 유산》에서 어린 핍이 다니던 엉터리 학교로 그 분위기를 묘사한다. 아홉 살 때는 정식학교에 잠시 다니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크리켓 게임 같은 스포츠도 즐겼다.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그런 것처럼 “아버지가 이 층 조그만 방에 모아둔 책을 읽으며 ‘로더릭 랜덤’, ‘페레그린 피클’, ‘험프리 클링커’, ‘톰 존스’, ‘웨이크필드에 사는 성직자’, ‘돈키호테’, ‘질 블라스’, ‘로빈슨 크루소’ 같은 훌륭한 주인공을 친구로 사귄” 것도 이즈음이니, 디킨스는 이후로도 평생에 걸쳐서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든다. 하지만 아버지는 빚이 늘면서 위기에 처하고, 어린 디킨스는 따로 살다 혼자서 역마차를 타고 가족을 찾아가는데, 이 경험은 디킨스 뇌리에 평생 틀어박혀 《올리버 트위스트》와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주인공이 어린 나이에 혼자 먼 길을 떠나는 고통으로 나타난다. 어린 디킨스가 찾아간 가족은 런던 빈민가에 살았다. 디킨스는 아버지를 “정이 많고 상냥한” 사람으로 여겼는데, “생활이 어려운 데다 성격까지 물러서 아들을 제대로 공부시킬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것 같았다. 아들에게 제대로 성장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어린 디킨스는 다양한 책을 읽고, 채텀에서 배운 통속적인 노래를 불러서 박수갈채를 받고, 활기찬 런던 거리를 돌아다니는 걸 낙으로 삼았다.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뒷골목이, 싸구려 술집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누추한 건물과 헐벗은 아이로 득시글거리는 거리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기가 막힐 정도로 가난한 분위기, 음식을 구걸하는 장면, 음습한 분위기 등이 터무니없이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와” 나중에 《올리버 트위스트》에 담긴다. 결국엔 아버지가 파산하자, 어머니는 없는 돈을 탈탈 털고 집을 빌리고 학교를 열어서 먹고살 방편을 모색한다. 입구에는 놋쇠로 명패를 걸고 이웃에는 안내장을 보냈다. 하지만 “학생을 받을 준비도 안 되고 누가 입학할 기미도 없었다.” 채권자들이 툭하면 찾아와서 고래고래 소리치며 독기를 내뿜을 뿐이었다. 이윽고 가구를 하나씩 내다 팔고, 어린 디킨스는 운반 가능한 물품을 전당포로 가져가는 역할을 맡았다. 디킨스가 애독하던 책까지 중고서점으로 한 권씩 팔려나가, 온 가족은 텅 빈 방 두 칸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았다. 구두약 공장 지배인을 하던 친척이 어린 디킨스에게 공장에서 일할 걸 제안하고 부모가 받아들이니, 디킨스는 열세 살 생일이 이틀 지난 뒤에 구두약 공장에 노동자로 취업한다. 공장은 강기슭이고 쥐는 우글거렸다. 거칠고 무식한 아이들이 함께 일하는데, 디킨스를 “꼬마 신사”라고 부르며 친절하게 대했다. 하지만 디킨스는 “이들과 일하면서 정신적으로 심한 갈등에 휩싸였다.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때 만나던 친구들과 비교했다. 많이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는 걸 느꼈다.” 디킨스는 공장에서 일하는 현실에 깊은 충격을 받는다. “나는 어리벙벙했다. 그토록 어린 나이에 그토록 가볍게 버림받다니……. 아무도 동정하지 않았다. 재능은 뛰어나고 머리는 팍팍 돌고 의욕은 넘치고 감성은 섬세한데, 부모는 나를 학교에 보낼 고민은커녕 동정하는 마음조차 없었다.” 디킨스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공장에서 일한 기간을 기억조차 못 할 정도니, 그 심정은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주류 공장에서 일하며 느끼던 좌절감에 그대로 묻어나온다. 아버지는 ‘채무자 감옥’에 갇히고 생활비를 절약하려고 가족도 함께 들어가, 감옥 생활에 적응하다 못해 단조롭고 평온 무사한 분위기를 나름대로 즐기며 지낸다. 하지만 어린 디킨스는 혼자 공장에 다니며 무서운 노부인 집에서 하숙했다. 생활비를 하루 단위로 쪼개서 싸구려 빵과 치즈로 살았다. “돈이 조금 있을 때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이랑 버터 바른 빵을 먹고, 돈이 없을 때는 청과시장에서 파인애플 따위를 구경했다.” 일요일에 10㎞를 걸어서 부모 및 형제자매와 하루를 보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 유산으로 빚을 일부 청산한 덕분에 ‘지급불능 채무자 조례’를 적용받고 풀려나니, 조그만 셋집을 전전하며 불안하게 살면서도 가계를 조금씩 일으켜 세웠다. 어머니는 어린 디킨스가 구두약 공장에 계속 다니길 바랐으나, 아버지는 장남이 힘들게 살아가는 게 마음 아팠는지, 구두약 공장 지배인 친척과 심하게 다투고 아들을 빼내서 웰링턴 하우스 아카데미(Wellington House Academy)에 2년 동안 보낸다. 하지만 어머니는 “공장에서 돈이나 벌라”며 끊임없이 반대하고 디킨스는 어머니와 서먹한 관계를 평생 유지하니, 나중에 “나는 원한과 분노를 담아서 글을 쓰지 않는다. 모든 환경과 경험이 하나로 모여서 현재의 나로 완성되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나를 공장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쓴 기억만큼은 지금도 못 잊고 앞으로도 못 잊을 것”이라고 고백한다.디킨스는 어린 시절에 구두약 공장에 다니며 고생한 경험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십 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처음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은 다양한 작품에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어린아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묘사가 모든 작품에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비판에 민감하며, 한 번 꺼낸 말은 거두지 않는 완고한 성격도 여기에서 나왔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던 어린애가 노동자로 전락하면서 겪는 좌절과 고통 역시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 잘 나타나며 아버지는 ‘미코버’, 어머니는 법률사무소 대표의 딸로 허영심 많은 ‘도라’를 대변한다. 2년 동안 다닌 ‘웰링턴 하우스 아카데미’는 인근에서 평이 좋았으나 찰스 디킨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교장은 내가 만난 누구보다도 특별나게 무식한 사람으로 전제군주처럼 선생과 학생을 지배”했다. 그래도 어린 디킨스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당시에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은 찰스 디킨스가 잘생기고, 옷은 낡아도 세련된 느낌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머리가 빨리 돌고, 책을 많이 읽고, 아마추어 연극에 몰두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책상 서랍에다 흰쥐를 몰래 키우고, 장난도 잘 치고, 스포츠를 열심히 하였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또다시 빈곤에 빠져들고 디킨스는 생활 전선에 다시 뛰어든다. 열여섯 살 나이에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가서 이 년간 심부름꾼으로 일하는데, 법조인 거리 중심부에 있는 사무실은 “정말 좁은 세계, 정말 따분한 세계”였다. 서류를 베끼거나 잔심부름하다 시간이 나면 “세속적인 냄새와 곰팡내 솔솔 풍기는” 법정이나 주변을 탐색했다. 한가한 오후에는 장난도 치고 흉내 내는 실력을 발휘하며 동료들과 즐겁게 지냈다. 그런 동료 가운데 하나는 “디킨스는 거리를 오가는 서민들 모습을 그대로 흉내 냈다. 과일 장수든 채소 장수든 건달이든 정말 그럴싸했다”고 기억한다. 디킨스는 동료들과 즐겁게 지내면서도 좀 더 바람직한 일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대영박물관 도서 열람증을 손에 넣어서 독학으로 다양한 지식을 쌓고 속기도 배운다.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인데, 야심만만한 청년들이 선호하던 직업으로 수입도 좋았다. 속기를 일 년 정도 혼자서 공부한 디킨스는 결국 ‘민법 박사회관’에서 진술을 기록하는 속기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하지만 너무나 따분하고 지루한 분위기에, 연극배우로 직업을 바꾸는 고민에 몰두한다. 그래서 밤마다 극장을 찾아가 좋은 연기를 연구하다, 스무 살에는 연극 오디션까지 신청한다. 하지만 감기에 걸려서 불참하고, 다시 신청할 용기를 못 낸다. (디킨스는 소설을 쓸 때마다 등장인물을 혼자 연기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려낸 거로 유명하다.)디킨스는 결국 스물한 살에 의회 출입기자가 된다. 신속하고 정확한 기사로 이름을 얻는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문제가 안 됐다. “낡은 하원 건물 뒷좌석에서 책상 삼아 필기하느라 무릎이 다 닳고, 낡고 비좁은 울타리에서 양 떼처럼 바싹 달라붙은 기자들과 함께 선 채로 기록하느라 신발 밑창이 다 닳았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장법과 구빈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볼 때는 “광대 노릇이 돋보이는 정치 연극”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디킨스는 여기에서 의회와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부정부패, 빈부 격차 등 다양한 사회현상에 눈을 뜬다. 하지만 말년에 고백한 바에 의하면 “젊은 시절에 신문사에서 혹독한 훈련을 잘 견딘 게 내가 성공한 첫 번째 원인”이기도 하다. 이즈음에 은행가 딸과 첫사랑에 빠진다. 상대는 까만 머리칼에 몸집은 자그마한 미인, 마리아였다. 디킨스는 4년 동안 마리아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다른 생각은 조금도 못했다.” 마리아 역시 처음에는 디킨스를 좋아했으나 경쟁자는 사방에 가득하고, 마리아 부모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디킨스 집안을 인정할 수 없고, 마리아 역시 싸늘하게 변했다. 디킨스는 “박정하고 무관심한 취급을 여러 차례 당하며” 괴로워하고 실의에 빠진 채 밤에는 잠을 못 이루고 그 집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디킨스는 한층 더 열심히 일하는 식으로 상처를 치유한다. 성공하고 싶다는 결의도 강하게 다진다. 그해 여름 의회 휴회 기간에는 저술활동을 시작하고, 그해 말에는 ‘A Dinner at Poplar Walk’를 월간지 ‘Monthly Magazine’에 발표한다. 자신이 쓴 글이 활자로 나온 걸 보고, 디킨스는 “국회의사당까지 걸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30분 정도를 보냈다.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 두 눈에 가득 맺힌 눈물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어서 비슷한 단편을 익명으로 몇 번 발표하다 34년 8월에 ‘보즈Boz’라는 필명을 처음 사용한다. 가족이 막냇동생 오거스터스를 부르는 별명이었다. 스물세 살에는 “글솜씨도 훌륭하고 보도기자로도 탁월하다”는 이유로 ‘모닝 크로니클’ 기자에 발탁되어 풍속 전문 스케치를 기고한다. 중요한 모임이나 선거운동 등을 전국 규모로 취재할 권한도 생기니, 디킨스는 마차를 타고 밤새도록 달리는 쾌감을 마음껏 즐겼다. 흔들리는 등불에 의지하며 원고를 갈겨쓸 때는 열린 창문에서 진흙이 튀어들었다. 그래서 파란 천에 까만 벨벳을 테두리에 둘러친 망토를 사서 스페인식으로 한쪽 어깨에 걸치는 멋도 냈다. 머리도 기르고, 조끼도 멋있게 차려입었다. 아버지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때는 빚도 일부 갚아주었다. 스물네 살에는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한 건 물론 유능한 기자로 이름도 높였다. ‘피크위크 페이퍼스’를 20회 연재하자고 제안받아, 전문작가로 나아가는 길도 열렸다. ‘모닝 크로니클’ 편집자 호가스는 젊은 기대주를 호가스 자택으로 초대하니, 결국 디킨스는 파티와 음악회가 열릴 때마다 참여해서 재미있는 노래와 익살로 모든 사람을 즐겁게 했다. 호가스는 세 딸이 있는데, 맏딸 캐서린은 열아홉 살, 메리는 열네 살, 조지나는 일곱 살이었다. 캐서린은 약간 통통하면서도 예쁜 얼굴에 표정이나 성격이 온화하고 상냥하며 조용한 성품이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어, 디킨스와 연인으로 발전하고 몇 개월 뒤에는 결혼을 약속한다. 디킨스는 캐서린과 사귀면서도 업무에 끊임없이 쫓기느라 편지로 방문 약속을 취소하거나 늦출 때가 많았다. 하지만 화내거나 토라지거나 풀이 죽지 않도록 간청하며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그대를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강조한다. 이듬해 2월에는 그동안 발표한 풍속 스케치를 모아서 첫 번째 단행본 《보즈 스케치Sketches by Boz》를 출간하고, 판매성적이 좋아서 8월에는 2판을 간행하고, 12월에는 단편소설과 스케치 20편을 모아서 속편을 출간한다. 디킨스 자신은 “생각이 짧고 미숙한” 작품으로 규정하지만, 나중에 디킨스 전기를 집필한 포스터는 《보즈 스케치》를 “런던 일상을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즐거움과 기쁨, 괴로움과 죄악까지 또렷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독자는 “시대 상황을 비롯해 거리 풍경과 풍속을 정교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풍속학자는 당시 풍속을 연구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이즈음에 ‘Chapman & Hall’에서 화가 시모어가 그린 삽화를 곁들인 단편소설을 연재하자고 제안한다. 디킨스는 오페라 대본 한 편과 희극 한 편을 집필하는 중인 데다 장편 소설까지 고려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캐서린과 결혼할 예정이라서 돈이 많이 필요할 때였다. 디킨스는 캐서린에게 보낸 편지에 밝혔듯이 “마음에 안 들지만 보수가 좋아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그래서 《피크위크 클럽》 첫 호는 1836년 3월 31일 목요일에 나오고, 이틀 뒤 4월 2일에는 첼시 ‘성 루카’ 성당에서 캐서린과 결혼한다. 양쪽 집안 식구만 참석한 소박한 결혼식으로, 신혼부부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 가서 신혼여행을 즐겼다. 《피크위크 클럽》은 판매가 부진한 데다 화가 시모어가 정신쇠약으로 자살하니, 디킨스는 중심인물로 부상해서 ‘해블롯 브라운’을 삽화가로 선택하고, 브라운은 ‘보즈’와 어울리도록 ‘피즈’로 필명을 정해, 두 사람은 20년 넘게 협업 관계를 유지한다. 《피크위크 클럽》은 4호부터 독자의 관심을 끌고, 선거를 재미있게 묘사한 5호가 나올 즈음에는 “보즈가 모든 사람의 이목은 물론 마음마저 사로잡아” 사람들이 서점 유리창에 딱 달라붙어서 최신호를 본다는 신문 기사까지 실리니,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디킨스는 “더할 나위 없이 위대한 보즈”로 명성을 떨친다. 새로운 성공에 힘입어 디킨스는 “집필 작업에 완전히 빠져든다.” 1836년 11월에 출판인 ‘리처드 벤틀리’가 월간지 편집주간을 제의하자, 디킨스는 소설 집필 계획을 잡아놓고도 제안을 받아들인다. 월급과 따로 원고료를 받는 조건이었다. 부인이 첫아이를 낳기 직전이라 가장으로 책임감을 절실하게 느낄 때였다. 이듬해 1월 6일에는 첫 아이를 낳고, 디킨스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자기 이름 ‘찰스’를 물려준다. 디킨스는 자신이 편집주간으로 근무하는 ‘벤틀리 미셀러니’에서 장편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본격적으로 연재한다. 공리주의에 근거해서 ‘신 빈민구제법’을 제정해, 빈자와 고아를 교구 구빈원에서 무자비하게 다루는 비인간적인 제도를 비판하는 내용인데, 작품에 몰두할수록 디킨스는 어린 시절에 겪은 비참한 느낌과 굶주림과 소외감에 빠져들어, 폭력과 사기가 난무하는 런던 빈민가에서 어린애가 살아남으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이야기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당시의 전형적인 소설기법대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또렷하게 대비하면서도 ‘낸시’라는 독특한 인물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매춘부 사기꾼 ‘낸시’를 연민이 가득한 눈길로 묘사하는 방식에 독자는 커다란 충격과 반감을 느낀다. 하지만 새로운 해석에 빠져드는 독자도 많아, 디킨스는 월간지로 발행한 내용을 나중에 단행본으로 묶어서 발행할 때 본인 이름을 사용할 걸 단호하게 주장하고, 비평가들은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작가 반열에 디킨스를 올려놓는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디킨스는 고급주택으로 이사해서 쾌적한 생활을 시작하고, 처제 메리(Mary)는 당시 풍습에 따라 그 집에 함께 살면서 아기를 돌본다. 디킨스는 이런 처제에게서 이상적인 여인상을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독특한 유대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이듬해에 처제가 병으로 죽자, 디킨스는 너무나 커다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설 연재를 중단한다. 처제 손가락에서 뺀 반지를 죽을 때까지 손가락에 낄 정도였다. 메리에 대한 그리움은 3년 뒤에 발표한 작품 《골동품 상점》에서 ‘넬리’로 나타난다. 커다란 비극에 가정은 구멍이 뚫리고, 디킨스는 오후에 친구들과 어울리며 말을 타고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걸 피난처로 삼는다. 그러면서 여유도 생기고 사고력도 풍부하게 변하니, “상상력을 자극하려면 몸을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였다. 평생에 걸친 문학적 조언자로 나중에 ‘찰스 디킨스 전기’까지 집필하는 존 포스터(John Poster)를 만난 것도 이즈음이다. 디킨스는 포스터와 공통점이 많았다. 나이도 같고, 중하층 계급 출신도 같고, 법률을 공부하다 저널리즘과 문학으로 방향을 바꾼 것도 같고, 명랑한 성격에 연극과 파티를 좋아하는 것도 같았다. 포스터는 디킨스에게 평생 헌신하고, 디킨스는 포스터에게 평생 의지하며 살았다. 1839년에는 《니콜라스 니클비》를 출간하고, 1841년에는 《골동품 상점》과 《바너비 러지》를 출간하면서 디킨스는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올라선다. 런던 사교계에서 추앙받고, 특권 신사 클럽에 가입하고, 공공장소에서 연설하는 사례도 늘었다. 1841년에는 에든버러 시민들이 디킨스에게 경의를 표하며 에든버러 명예시민으로 추대했다. 20대 청년에게 “더없이 커다란 영광”으로 디킨스는 크게 감격했다. 집필활동에 왕성하던 디킨스는 서른세 살에 견문을 넓히고자 아내 캐서린과 함께 미국 방문길에 나선다. 왕도 없고 계급도 없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에 잔뜩 기대하고, 뉴욕에서 3천 명이 넘는 독자가 환호하니, 디킨스는 미국과 미국인에게 감동한다. 뉴욕의 활기찬 분위기와 보스턴의 아름다우면서도 고상한 분위기에 감탄한다. 하지만 체류하는 나날이 늘어나면서 언제나 대중에게 드러나는 생활이 버겁게 다가왔다. 향수병에 시달리고 런던에 두고 온 아이들도 눈앞에 어른댔다. 남쪽으로는 필라델피아와 워싱턴과 리치먼드를 둘러보고, 서쪽으로는 루이빌과 세인트루이스를 방문하고, 북동쪽으로는 신시내티를 찾아가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게 변하는 기후가 고통스러웠다. 열차와 배를 타거나 역마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는 것도 힘에 겨웠다. 영국인이 흔히 그렇듯, 지나치게 잘된 난방도 싫고, 담배를 질겅질겅 씹어대다 퉤퉤 뱉어내는 습관도 싫었다. 노예제도를 목격한 순간에는 “인간으로 크나큰 굴욕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화난 건 ‘국제저작권 협정’에 미국이 서명하지 않는 현실이었다. 그러니 영국 작가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심지어 미국 출판사와 계약까지 해도,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을 수 없으니, 디킨스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작품에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없었다. 자신을 열렬히 환영하고 환호하면서도 저작권 침해를 묵인하는 자세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문제 삼으면 신문에서는 “문학적 명성보다 달러”를, “월계관보다 화려한 조끼”를 좋아하는 “속물”이라며 비판했다. 귀국길에 오른 디킨스는 “상상 속 공화국”에 실망하고 “배고픈 40년대”로 신음하는 영국 사회에 더욱 커다란 관심을 보이며 사회 운동에 동참한다. 여성과 아동이 땅속에서 노동하는 걸 금지하는 ‘탄광 노동자 법안’을 지지하며 열정적인 글을 신문에 투고하고, 대여섯 살 어린애를 공장에서 부려먹는 현실에 “철퇴를 내리겠다”고 맹세한다.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페이긴 영감이 은신하던 빈민가와 빈민학교를 찾아간다. 굶주림에 허덕이느라 선악조차 구별할 수 없는 아이들을 보고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모색한다. 그리고 1843년에 작심하고 불과 보름이란 짧은 시기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집필해서 발표한다. 디킨스는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 몇 날 밤이고 캄캄한 런던 거리를 돌아다니며 상상력을 끌어올렸다. 자본주의 병폐를 처절하게 비판하는 책은 놀라운 파문을 일으켰다. 초판 6천 부가 며칠 만에 동나고,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책이 여름철에도 팔려나갔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며 디킨스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캐럴》은 디킨스에게 엄청난 성공과 동시에 좌절을 안긴다. 호화로운 표지와 금박 장식에 삽화까지 천연색으로 넣어서 독자에겐 책값이 비싸도 그 돈으론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었다. 디킨스는 출판사와 분쟁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워하다 결국엔 다른 출판사와 ‘크리스마스 캐럴 2탄’을 쓰기로 계약하고 선금으로 금화 이천팔백 냥을 받아서 낡은 대형마차에 가족을 태우고 이탈리아 제노바로 떠난다. 메리가 사망한 뒤에 디킨스 집으로 들어와서 아이들을 돌보던 막내 처제 조지나는 활달하고 총명한 아가씨인 데다 언니 메리를 신기할 정도로 빼닮았다. 디킨스는 조지나를 “귀염둥이”라고 불렀는데, 아내가 열 번째 아이를 낳고 무기력증에 빠져서 방구석에 틀어박히니, 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연극도 함께 기획하고, 산책도 함께했다. 조지나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디킨스 집안 살림을 맡았는데, 언니 캐서린이 이혼한 다음에도 디킨스가 임종하는 자리까지 지킨다. 디킨스는 1845년 7월에 가족을 데리고 런던으로 돌아와, 아마추어 연극을 준비한다. 곱슬곱슬하고 까만 수염에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 겁많은 허풍쟁이 군인으로 출연하고, 연극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켜서 자선공연까지 이어진다. 디킨스는 의상과 배경과 조명과 광고 포스터까지 전담하는 건 물론 무대감독처럼 총연습까지 지휘하고, 이후 10년 동안 간헐적으로 공연하니, 디킨스에겐 불행한 가정생활의 도피처고 기분전환이며 “동료들과 함께 책을 쓰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나친 스위스가 계속 떠올라, 디킨스는 가족을 데리고 스위스로 건너가서 로잔 호숫가 조용한 집에 머물며 집필에 몰두한다. 서른여덟 살에는 뉴게이트 감옥을 방문한다. 디킨스는 감옥에서 젊은 여성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인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고 어린 나이에 거리를 떠돌다 구렁텅이에 빠지거나 매춘으로 접어드는 악순환을 정확히 이해한다. 후원자를 모아서 런던에 ‘집 없는 여성을 위한 쉼터’를 설립한다. 매춘부와 여성 노숙자에게 일정한 규율 아래 포근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며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서 사회로 복귀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마흔을 눈앞에 두고 디킨스는 자신이 살아온 길이 자주 떠오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별다른 보살핌도 못 받고 고생하던 어린 시절”이 유난히 많이 떠올랐다. 구두약 공장에 다니던 굴욕적인 어린 시절을 친구 포스터에게 처음 고백한 것도 이즈음이다. 얼마 뒤에는 사랑하는 누나 ‘프랜시스 엘리자베스’가 결핵으로 사망하자, 디킨스는 자신이 보낸 어린 시절에 더욱 집착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자전적 작품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쓰기 시작한 거다. 한겨울에 야머스에 가서 광활하게 뻗어 나간 해안을 보고 강렬한 영감도 받는다. 디킨스 자신은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 첫사랑과 결혼, 마흔 평생을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과 느낌과 생각을 모두 정리한다. 작가 자신과 주변을 “사실과 허구로 복잡하게 뒤섞는” 작업에 열정을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나중에 “제일 좋아하는 자식은 ‘데이비드 코퍼필드’”라고 고백한다. 마흔한 살에는 ‘가정 이야기’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19개월에 걸쳐서 ‘황폐한 집’을 연재해 “내가 쓴 어떤 책보다도 이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을 정도로 환호를 받는다. 1854년에는 런던에서 콜레라가 들끓고, 크림전쟁을 둘러싼 정부 실책은 잇따라 드러나고, 영국 북서부 프레스턴 면공업 지역에서 장기 파업이 일어나니, 디킨스는 사회 문제에 깊이 빠져들다 사장과 노동자 사이를 가로막은 거대한 벽에 몰두한다. 그래서 의회를 “국립 쓰레기장”이라 비판하고, 노동자들이 비참하게 살아가면서도 의리를 지키는 순박함과 인간애에 집착하며 모든 열정을 쏟아부으니, 《어려운 시절》이란 작품이 나온다. 《어려운 시절》은 크게 성공하나 비평가들 역시 크게 당황하니 이 작품은 디킨스 작품 가운데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우익 정치인 맥컬리는 “기분 나쁜 사회주의”라며 무시하지만, 유명한 비평가 존 러스킨은 디킨스 최대 작품이라고 극찬하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정독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1870년 6월 8일, 오십구 세 나이로 저택에서 ‘에드윈 드루드의 수수께끼’를 온종일 쓰고 저녁 식사를 하다 쓰러져 다음 날 세상을 떠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시인의 묘역’에 묻혀 묘비에 다음 같은 글을 새긴다.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사람을 동정했다. 이 사람이 죽으면서 세상은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를 잃었다.” 디킨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에 노동자들은 술집에서 “우리 친구가 죽었다”며 울부짖고, 신문과 잡지는 찰스 디킨스 일대기로 도배하고, 한 신문은 부고란에 “디킨스가 발표한 소설은 언제나 화제를 불러모았다. 디킨스가 쓴 소설에는 현실정치와 사건이 그대로 담겼다. 디킨스가 소설에 담아낸 건 소설이 아니라 현실 세계였다”고 적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에 성공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였다. 디킨스는 번듯한 마차를 타고 저명인사와 교류하면서도 대다수 서민이 진흙탕을 밟고 힘겹게 살아가며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영국 최고 전성기가 남긴 아픈 그림자를 직시하면서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당시에는 다섯 살 어린애가 공장에서 열두 시간씩 일하고 겨우 동전 몇 닢을 손에 쥔 채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잦고, 노동자 평균수명은 겨우 스물여덟 살이었다. 디킨스는 가난한 사람을 깊이 동정하고, 사회적인 악습을 공격하고,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사로 작성하고 소설에 담았다. 칼 맑스가 “정치 현실과 사회현실에 대해 전문 정치인이나 정치 평론가나 학자보다 많은 진실을 말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초기 소설은 풍자가 강하지만, 후기 소설은 풍자 대신 치밀한 구성과 사회비평이 돋보인다. 디킨스 문학에서 가장 독특한 역할을 한 건 연극이다. 디킨스 자신이 어릴 때부터 연극에 깊이 빠지고, 한때는 연극배우로 살아갈 염원까지 품었다면, 작가로 성공한 다음에는 아마추어 연극에 배우로 참여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총연출까지 맡았다. 원고를 집필할 때는 스스로 다양한 등장인물을 직접 연기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니,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대문호는 물론 수많은 독자가 감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건이나 캐릭터를 중심으로 인물 성격을 잡아나가고, 사회현실을 대변하는 독특한 사건이 신문에 실리면 그 내용을 조사해서 작품에 싣는 식으로 허구를 구성하니, 탁월한 현실감이 작품을 지배하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작품해설 및 역자 후기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다. 역마차로 인력과 물자를 수송하던 시대는 곳곳에서 건설하는 철도에 밀리기 직전이다. 사회의 근간이 뒤바뀐다. 새로운 지배구조가 부상하고, 계급 갈등이 고조되고, 빈부 격차는 크나큰 사회 문제로 나타난다. 찰스 디킨스는 영국 성공회 분위기에서 성장했으나, 기본적으로 “신자” 혹은 “종교인”이 아니다. 하지만 성서의 가르침을 삶의 지혜로 받아들이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려 애쓴다. 그래서 ‘억압하는 세력’을 비판하고 ‘억압받는 자’를 위로한다. 디킨스 작품에 관통하는 정신이며, 디킨스 작품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삶이다. ‘황폐한 집’ 역시 기본적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제도’를 폭로하는 소설이다. 노아의 홍수는 인간에게서 악을 씻어내나, 그 악은 다시 짙은 안개와 매연으로 영국 전역을 집어삼키고, 대법정을 물들이고, 디킨스는 그 대법정을 처절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작품을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법정은 3심제도가 확립된 이후의 대법정이 아니다. 당시 영국은 보통법(Common Law)과 형평법(Equity)으로 이원화됐으며, 보통법은 영주가 성문법으로 국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거라면, 형평법은 성문법 대신 판례와 전통에 근거해서 유언과 신탁(trust)을 판결하는 것으로, 리처드 2세가 대법원을 세우고 대법관을 임명하는 식으로 시작됐다. 그래서 분쟁이 인 재산은 대법원에 묶이고, 판결이 나올 때까지 누구도 손댈 수 없었다. 문제는 법관과 서기와 변호사 등, 재판에 관여하는 모든 인력이 그 비용을 유산에서 충당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유산 분쟁은 유일한 수입원이었으며, 따라서 유산이 많으면 재판을 최대한 오래 끄는 식으로 돈벌이에 몰두하니, 재판은 수십 년간 계속되고, 소송 당사자는 막대한 유산이라는 신기루에 시달리다 현실과 괴리된 채 정신병에 걸려서 자살하거나 죽어가기 일쑤였다. ‘황폐한 집’이 나오고 약 20여 년이 지난 1875년에 형평법은 폐지되고 보통법과 합쳐지나, 아직도 영미법에 ‘판례법’이라는 형태로 남아있다. ‘대법정 소송 중이다’는 의미의 ‘in chancery’는 ‘궁지에 빠졌다’는 숙어로 영미권에서 아직도 사용하니, 당시 병폐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악을 증오하는 인간의 선의는 나쁜 제도를 고치자는 개혁운동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이기적 속성을 이겨내고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이타적 유형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황폐한 집’에 등장하는 개혁론자들은 개혁 주장을 밥벌이로 삼고 주변을 희생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이기적 속성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후자는 개혁론자들을 후원하면서도 그 한계를 지적한다. 1859년 3월 말에 디킨스는 ‘가정 이야기 - Household Words’라는 주간지를 창간한다. 30년대는 ‘피크위크 페이퍼스’와 ‘올리버 트위스트’, 40년대는 ‘골동품 상점’에서 ‘데이비드 코퍼필드’까지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뒤였다. ‘가정 이야기’는 사회 문제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파악해서 보도하는 게 목적이었다. 디킨스 역시 사회 이슈를 직접 조사하고 취재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그러다 1852년 3월부터 1853년 9월까지 19개월에 걸쳐서 ‘가정 이야기’에 ‘황폐한 집’을 연재하니, 당연히 ‘가정 이야기’에서 조사하고 취재한 내용은 새로운 소설의 재료가 될 수밖에 없었다. 팩트에 근거한 픽션이 나오고, ‘황폐한 집’은 본격적인 폭로 소설이 되는 배경이다. ‘버킷’이라는 등장인물 역시 디킨스가 여러 번 인터뷰한 런던 경시청 수사관 ‘Jack Whicher’를, ‘스킴폴’이라는 황당한 인간은 수필가 ‘Leigh Hunt’를 모델로 했다. 재미있는 건 ‘자연 발화’에 대한 디킨스의 입장인데, 당시 과학계는 인간의 몸뚱이가 저절로 타오르는 ‘자연 발화’를 불가능한 현상으로 보았다. 그런데도 디킨스는 작품 중에 “사악한 몸뚱이가 사악한 알코올을 잔뜩 쑤셔 넣다 썩어 문드러지는” 현상으로 묘사하고, 서문에서는 ‘자연 발화’의 다양한 사례를 역설한다. 그래서 ‘사악한 제도’가 썩어 문드러져서 불에 타서 없어지기를 바라는 디킨스의 소망으로 해석하는 평론가도 많다.‘황폐한 집’은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다. 에스더는 천연두에 걸려서 미모를 잃고 좌절하나, 우드코트는 성실하고 이타적인 삶을 보면서 사랑을 꽃피운다. 에이다는 첫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나, 상대는 미망에 빠져서 고생하다 죽어간다. 데드록 귀부인은 젊을 적 로맨스로 파멸하고, 거피는 자만심에 들뜬 로맨스로 인간의 교만과 허영을 코미디처럼 펼쳐나간다.‘황폐한 집’은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아니, 최초의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뭐가 뭔지 파악하기 바쁜데, 두 번째 읽을 때는 전체 그림이 그려지고, 등장인물의 언행이 오밀조밀하게 연결되면서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디킨스는 다른 작품에서 캐릭터를 탁월하게 그려내고 사물을 묘사하는 천재성이 돋보인다면, 이 작품에서는 전체를 파악한 다음에 비로소 각각의 이면에 담긴 의미가 드러나는 성숙한 천재성이 새롭게 가미되는 것이다. 현대 최고의 추리소설가 스티븐 킹이 “가장 좋아하는 책 10선”으로 꼽을 정도다. 작품에는 은유도 가득하다. 하인이 쓴 가발도, 법정에서 재판관과 변호사 등이 쓴 가발도 든 게 없는 머릿속을 숨기려는 것이며, 런던에 가득한 안개와 매연은, 상류층이든 하류층이든, 모두를 평등하게 한다. 진흙탕을 파헤쳐서 고물을 긁어모으는 크룩은 ‘대법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그걸 잔뜩 쌓아놓은 고물상은 ‘대법정’으로 불린다. 서류를 잔뜩 만들기만 하고 판결은 않는 대법정이나, 고물을 잔뜩 쌓아놓기만 하는 고물상이나, 사람 가죽을 벗기는 대법관이나 고양이 가죽을 벗기는 크룩이나 비슷한 것이다. 대법정 서류는 하나같이 폐지로 변해서 크룩한테 가고, 그 속에서는 소송을 마무리할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디킨스는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법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법은 인간이 바람직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질서를 보장해야지, 착취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그랬듯, 한국에서도 법이 독재정권의 시녀일 때가 있었다. 6·25 때는 법조차 없이 시민과 농민을 잡아다 죽이더니, 군부독재 때 경찰과 검사는 민주인사를 불법연행하고 감금하고 고문하고 사건을 조작해서 감옥에 가두는 공로로 승진하고, 판사는 민주인사를 범죄자로 판결해서 자리를 유지하며 특권을 누렸다. 그렇게 죽이고 조작한 사건을 이제 한국에서도 밝혀야 한다. (조작 사건이 여럿 밝혀지긴 했지만 아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과거에 조작한 수많은 사건의 진실을, 그로 인해 병들고 죽어간 수많은 인물의 고통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진실에 근거한 역사적 정당성이 생겨날 것이다. 편집자의 말번역은 원문에 담긴 내용과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글로 옮기는 과정이어야 한다. 찰스 디킨스 작품은 다양한 인물을 풍자와 유머와 화려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묘사하는 특징이 탁월하다. 따라서 문장은 어렵고 복잡한데, 지금까지 번역한 작품은 한글 어법을 무시한 영어 사대주의에다 오역까지 넘쳐서 극히 어렵고 난해했다. 고전문학은 다양한 경쟁과 도전 속에서 독자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백 년 이상 살아남은 작품이니, ‘재미와 감동’은 물론 ‘술술 읽히는 느낌’ 역시 어느 작품보다 탁월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엉터리로 번역해서 독자를 괴롭히며 쫓아낸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문학은 독서가 시작이다. 고전문학을 제대로 해석해서 한글 어법에 정확히 담아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가꿀 원형을 제시해야 한다. 광복 35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우리는 ‘일본어 중역 몰아내기 운동’을 했다. 35년이 또 지났다. 이제는 ‘우리말 살리는 번역운동’을 할 때가 왔다.‘도서출판 비꽃’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 어법에 합당한 번역을 추구하며,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고전문학을 새롭게 담아내,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면서 공동체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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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회색 프로젝트 1
    • 함문성 지음
    • 북랩
    • 2023-04-14

    실력만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순진하거나 루저다!다국적기업 출신 작가 함문성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내려간 본격 비즈니스 소설먹잇감을 차지하는 자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자가 죽는 것은 정글만의 생존법칙이 아니다. 기업도 일감을 따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경쟁자에게 빼앗기면 시장과 고객을 잃게 되고 마침내 기업 생태계에서 퇴출되고 만다. 오죽하면 기업의 수명이 길어야 30년이란 말이 나올까.일본계 정보통신(IT) 기업 하지시스템의 김성조 상무는 10년 동안 공들여 거래해 온 삼마그룹으로부터 대형 프로젝트의 입찰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는다. 4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수주 여부가 회사의 앞날을 결정하는 것은 불문가지. 오랜 기간 다져온 인간관계가 프로젝트 수주를 가능케 할 거라는 일념으로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프로젝트가 결정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화려하게 조명되는 스포트라이트와는 달리 그 이면에서는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쓰이는 능력이 전략적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판단이 들 것이다. 오늘도 제2, 제3의 김 상무가 퇴근도 주말도 잊은 채 일감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정글인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노력과 보상이 정비례한다는 철없는 생각은 잊어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 바로, 24시간 365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비즈니스 판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온갖 적폐가 업계에도 여지없이 침투해 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과 그 종사자들이 헛되이 희생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것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늘 가운데 선을 넘나들며 판단을 해야만 한다. 공정한 경쟁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그 이면에는 이성마저 유보한 채 회색지대에 숨어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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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색 프로젝트 2 (커버이미지)
    [문학]회색 프로젝트 2
    • 함문성 지음
    • 북랩
    • 2023-04-14

    실력만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순진하거나 루저다!다국적기업 출신 작가 함문성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내려간 본격 비즈니스 소설먹잇감을 차지하는 자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자가 죽는 것은 정글만의 생존법칙이 아니다. 기업도 일감을 따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경쟁자에게 빼앗기면 시장과 고객을 잃게 되고 마침내 기업 생태계에서 퇴출되고 만다. 오죽하면 기업의 수명이 길어야 30년이란 말이 나올까.일본계 정보통신(IT) 기업 하지시스템의 김성조 상무는 10년 동안 공들여 거래해 온 삼마그룹으로부터 대형 프로젝트의 입찰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는다. 4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수주 여부가 회사의 앞날을 결정하는 것은 불문가지. 오랜 기간 다져온 인간관계가 프로젝트 수주를 가능케 할 거라는 일념으로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프로젝트가 결정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화려하게 조명되는 스포트라이트와는 달리 그 이면에서는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쓰이는 능력이 전략적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판단이 들 것이다. 오늘도 제2, 제3의 김 상무가 퇴근도 주말도 잊은 채 일감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정글인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노력과 보상이 정비례한다는 철없는 생각은 잊어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 바로, 24시간 365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비즈니스 판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온갖 적폐가 업계에도 여지없이 침투해 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과 그 종사자들이 헛되이 희생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것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늘 가운데 선을 넘나들며 판단을 해야만 한다. 공정한 경쟁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그 이면에는 이성마저 유보한 채 회색지대에 숨어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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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색 프로젝트 3 (커버이미지)
    [문학]회색 프로젝트 3
    • 함문성 지음
    • 북랩
    • 2023-04-14

    실력만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순진하거나 루저다!다국적기업 출신 작가 함문성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내려간 본격 비즈니스 소설먹잇감을 차지하는 자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자가 죽는 것은 정글만의 생존법칙이 아니다. 기업도 일감을 따내지 못하거나 심지어 경쟁자에게 빼앗기면 시장과 고객을 잃게 되고 마침내 기업 생태계에서 퇴출되고 만다. 오죽하면 기업의 수명이 길어야 30년이란 말이 나올까.일본계 정보통신(IT) 기업 하지시스템의 김성조 상무는 10년 동안 공들여 거래해 온 삼마그룹으로부터 대형 프로젝트의 입찰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는다. 4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수주 여부가 회사의 앞날을 결정하는 것은 불문가지. 오랜 기간 다져온 인간관계가 프로젝트 수주를 가능케 할 거라는 일념으로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프로젝트가 결정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화려하게 조명되는 스포트라이트와는 달리 그 이면에서는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쓰이는 능력이 전략적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판단이 들 것이다. 오늘도 제2, 제3의 김 상무가 퇴근도 주말도 잊은 채 일감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정글인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노력과 보상이 정비례한다는 철없는 생각은 잊어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 바로, 24시간 365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비즈니스 판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온갖 적폐가 업계에도 여지없이 침투해 있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과 그 종사자들이 헛되이 희생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것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늘 가운데 선을 넘나들며 판단을 해야만 한다. 공정한 경쟁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그 이면에는 이성마저 유보한 채 회색지대에 숨어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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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훌륭한 병사 슈베이크 1 (커버이미지)
    [문학]훌륭한 병사 슈베이크 1
    • 야로슬라프 하셰크 지음, 요세프 라다 그림, 홍성헌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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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훌륭한 병사 슈베이크 2 (커버이미지)
    [문학]훌륭한 병사 슈베이크 2
    • 야로슬라프 하셰크 지음, 요세프 라다 그림, 홍성헌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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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훌륭한 병사 슈베이크 3 (커버이미지)
    [문학]훌륭한 병사 슈베이크 3
    • 야로슬라프 하셰크 지음, 요세프 라다 그림, 홍성헌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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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커버이미지)
    [문학]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3-04-14

    “안녕하세요,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입니다.”남들 눈엔 지워야 하는 흔적이더라도, 우리는 기억한다.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삶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포플러사 소설신인상’ 대상작 ★★★★★★ 서점 직원들이 추천하는 책 ★★★★★★ 《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강력추천 ★★★“마음을 강하게 울리는 이야기”, “차원이 다른 소설” 등 서점 직원들이 극찬하고, “인간 삶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라며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작가가 적극 추천하는 소설! 일본 대형 문학출판사 포플러사에서 주관하는 ‘포플러사 소설신인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은 특수청소 전문회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이 소설은 경쟁사회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20대 와타루가 우연히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의 대표 사사가와를 만나며 시작된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된 일회성 아르바이트는 홀로 죽음을 맞이한 할아버지, 남편과 싸우고 화해하지 못한 채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아내,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를 증오했던 형제, 마지막으로 둘만의 파티를 하고 욕조에서 죽음을 맞은 모녀 등 청소 현장들을 누비는 동안 의미가 가득한 소명이 되어간다. 해파리처럼 목표 없이 부유하는 삶을 살던 와타루는 누군가의 삶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지워가는 작업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배우고 진정한 관계를 맺어나가면서 진정한 인간으로서 성장해간다. 이 소설은 다양한 죽음의 모양을 노골적일 만큼 사실적으로 다루면서도 재미와 감동, 문학성과 사회성까지 담아내며 진한 여운과 감동을 전하는 책이다.“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어?”남들 눈에 지워야 하는 흔적이라도 우리는 기억한다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삶이 존재했었다는 것을《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작가가 추천하고 포플러사에서 주관하는 ‘포플러사 소설신인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소설.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은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삶의 목표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20대 와타루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날, 우연히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의 대표 사사가와를 만나 함께 일하기로 한다. 그저 ‘청소’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벌레와 냄새가 가득한 첫 작업 현장에서 와타루는 구토를 하며 뛰쳐나가고 만다. 홀로 고립사한 노인, 등산화에 유서를 숨겨두고 자살한 회사원, 어린 딸과 욕조에서 동반 자살한 엄마까지 와타루가 만나는 죽음의 현장은 처참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법을 배운다. 와타루 곁에는 항상 상복을 입고 다니는 사연 많은 남자 사사가와, 죽은 사람들의 물건을 처리하는 폐기물 운반업자 가에데, 어두운 데드모닝 사무실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사무직 모치즈키가 있다.이 소설은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소재로 진정한 삶의 의미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불안해 정작 삶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쫓기듯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소설이다.“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린다”현직 간호사가 쓴 특수청소와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내다 “고독사, 20대 청년의 자살, 엄마와 아이의 동반 죽음까지 죽음이 구체적으로 그려질수록 삶이 더욱 선명해진다”며 아사히신문 웹매거진 <좋은 날 좋은 책>이 극찬한 이 소설은 마에카와 호마레의 첫 소설이다. 현직 간호사이기도 한 작가는 간호사로 일하며 짬짬이 소설을 썼고, 첫 소설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더욱 진한 감동을 주는 것은 특수청소 현장의 사실적인 묘사 덕분이다. 저자는 보다 생생한 장면 묘사를 위해 방대한 자료 조사를 하며 작품의 사실성을 높였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죽은 자의 집 청소》의 저자이자 실제 특수청소 일을 하고 있는 김완 작가도 “특수청소의 일이 굉장히 실제와 흡사해 작가의 성실한 조사에 연신 감탄하며 읽었다”고 밝히기도 했다.죽음이라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재미와 공감을 더해 균형을 찾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려워서 해파리처럼 떠도는 삶을 선택한 20대 주인공 와타루는 물론, 알 수 없는 이유로 365일 검은색 양복을 입고 일하는 데드모닝의 대표 사사가와, 와타루와 티격태격하지만 일에 대해서는 사뭇 진지한 폐기물 처리업자 가에데까지 각 인물들의 사연과 죽음의 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했다. “청소가 끝나면, 흔적은 사라지고 다른 누군가가 살기 시작해.”“뭔가 허무하네요.”“그런가? 계속 반복되는 일이야.”스물한 살 와타루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이다. 고향에서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날, 와타루는 평소 자신을 아껴주던 할머니가 홀로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바로 집으로 가지 못하고 ‘꽃병’이라는 이름의 술집에 들러 맥주 한 잔을 마시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는 사사가와를 만나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와타루는 사사가와와 함께 고립사한 할아버지의 흔적을 지우는 일에서부터 남편이 죽고 1년이 지나도록 남편의 물건을 치우지 못하는 아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의 집을 청소하려는 엄마, 같은 집에 살지만 2주가 지나서야 동생의 죽음을 안 형 등 여러 의뢰인들을 만나며 다양한 죽음의 현장을 청소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저 충격적이었던 죽음의 현장에서 차츰 삶에 대한 무언의 메시지를 읽게 된다.특수청소란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나와 같은 모습으로 이 땅에 존재한 누군가를 기억하는 내면의 작업”이라는 《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와타루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이에 있어 오히려 잊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먼저 읽은 독자들의 추천 글★★★★★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재미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는다. ★★★★★ 실수를 연발하는 와타루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사사가와가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진지한 시선으로 그려낸 감동작!★★★★★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을 강하게 울린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소수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우리들의 이야기다.★★★★★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앞으로 살아나갈 사람에게 살아갈 힘을 전달하는 책. 진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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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커버이미지)
    [문학]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3-12-27

    # 새로운 ‘김재희 월드’의 탄생 예고!# 무지개처럼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의 별 무리 같은 이야기 “흥미로운 사연을 남기면 여러분의 소원을 들어드립니다”2012년 《경성 탐정 이상》으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재희 작가가 신작 《무지개 무인 사진관》으로 돌아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티커 사진기가 구비된 무인 사진관에서 노트를 매개로 주인장과 손님들이 사연을 주고받으며 감동과 힐링을 전하는 이야기이다. 집필 도중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던 작가는 “여러 위기와 질병을 이겨낸 것은, 아마도 제가 살아남아서 할 일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소설 집필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병을 이겨내고 희망을 전하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을 독자에게 선보였다. ‘무지개 무인 사진관(무무사)’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전직 사진기자로 무무사를 운영하며 남모르는 비밀을 간직한 주인장,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루되어 취업 사기를 당한 취준생, 힘든 연애 대신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후가 된 IT 개발자, 남편과 이혼하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한 중년 여성, 후배 쇼호스트에게 밀려 나이듦을 한탄하는 50대 여성 쇼호스트 등 우리 주변에서 소외된 이웃들이 무무사라는 따뜻한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한 뼘씩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저마다 간절히 바랐던 소원이 이루어지는데…. 새해에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무무사의 문을 힘껏 두드려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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